구찌, 샤넬, 톰포드, 루디프로젝트, 오클리, 우벡스 선글라스를 취급하는 삼청물산은 해외에서 유명 명품브랜드제품들, 특히 선글라스 종류를 수입해다가 국내에 유통시키는 연매출 400억 가량의 업체다.
세계 곳곳의 공급업체와 24시간 연락을 지속해야 하고 환율 변동 및 배송품현황 체크등에 신경을 써야 하는 터라 삼청물산의 임직원들은 항상 긴장의 쳇바퀴를 굴리는 듯한 업무환경에 놓여있었다.
5월 중순 오전 11시쯤 구매팀 회의실에서 입사 6개월차 경력직 김기식주임은 박대은팀장에게 심한 꾸중을 듣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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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팀장: 김주임 1주일전에 내가 지시한 구찌 신상 A-11 모델 재고실사 완료 했어요?
김주임: 아니요 그거 오늘 오후에 마무리 지을려고 했습니다.
박팀장: 아니! 내가 그 품목 내일부터 홈쇼핑 특판행사 들어간다고 주말전까지 마무리 지으라고 했잖아!
김주임: 오늘 오후에 재고실사 마치고 영업팀에 컨펌 메일 써도 시간적 여유 충분할 것 같아서요..
박팀장: 이봐 김주임. 당신이 신입이야? 전 회사에서 어떻게 굴러먹었길래 이따위로 일 처리를 하는거야?
만약 재고실사 했다가 수량 안맞고 불량품 발견되면 어쩔건데!? 당신이 책임질거야? 그런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적어도 행사 5일전까지는 여유있게 재고실사 하라고 몇번이나 말해!? 홈쇼핑 특판행사 제대로 스타트 못 끊으면
이번 시즌 매출 곤두박칠 치는거 몰라? 이번 기회 못살리면 홈쇼핑에서 우리 물건 받아주겠어!? 걔네 인정사정 없는거 몰라? 어!? 그 따위로 하면 누가 당신을믿고 일을 맡기겠어!?
김주임: 아니 팀장님 말씀이 좀 과하시네요. 제가 놀면서 일을 미룬 것도 아니고.. 애초에 팀장님이 업무분장을 너무 편중되게 나눠서 그런거 아닌가요? 저 어제도 밤11시까지 야근하고 겨우 택시타고 퇴근했습니다.
박팀장: 니가 신입이야? 경력직으로 들어왔고 그만큼 월급 받으면 마땅한 역할을 해야지! 그따위 능력과 인성으로 뭘 해내겠어!? 어디서 그따위 되도 않는 변명질이야!?
김주임: ......
위 대화와 같은 갈등양상은 우리 직장생활에서 수없이 마주할 수 있다. 이러한 갈등을 지혜롭게 해결하여 조직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성취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우리들의 생각과 감정은 항상 이성보다는 감정이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 대화 내용에 따르면 확실히 김주임의 업무처리방식에는 시정할 부분이 있다. 하지만 이를 대하는 박팀장의 대화방식은 김주임과의 관계는 물론이고 팀 전체의 실적에 큰 악영향을 미칠 소지가 크다고 볼 수 있다.
만약 김주임과 박팀장과의 갈등이 더욱 악화되어 김주임이 퇴사를 하게 된다면 빠듯한 업무환경에 놓인 팀 전체의 사기와 능률은 크게 저하될 것이다. 만약 김주임이 위 상황을 어떻게든 참고 넘어간다고 해도 그 깊은 감정적인 앙금은 쉽사리 해결될 수 없기에 결과적으로 박팀장에게 부메랑이 되어 훗날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위와 같은 상사와 부하직원간의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좋은 FACT대화방법을 소개한다.
FACT대화방법은 어떤 상황에 대한 객관적인 FACT + 나의 입장 을 밝히는 대화방법이다. 상대방의 감정은 최대한 건들지 않으면서 객관적인 문제해결을 촉구할 수 있는 대화방식이다.
1. FACT : 상대방의 문제점과 행동을 상황과 함께 객관적으로 제시한다. 이때 감정이 섞이면 안된다. 객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2. ACCUSE : 상대방의 행동으로 인한 결과가 나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설명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문장의 주어가 바로 '나' 이어야 한다. "이런 상황으로 인해 나는 지금 여러모로 힘들다." 중요한 것은 이때 주어가 상대방이 되면 안된다. "너 때문에 일이 이렇게 됐다. 네가 책임질거냐, 너는 왜 그모양이냐" 등등 이런 어투는 절대로 삼가하자.
3. CHANGE : 앞으로 이러한 힘든 상황을 초래하지 않기 위해 어떠한 변화가 필요한지 상대방이 쉽게 알아들을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차분하게 요청한다.
4. THINKING : 나의 말에 대한 상대방의 의견, 즉 피드백을 구한다. 이 단계는 상대방의 자발적인 역할과 자존감을 살려주는 과정이다. 이 과정을 거쳐 제대로 대화가 마무리 될 수 도 있지만 상대방의 반론이 이어질 수도 있다. 해당 반론이 어떤 양상으로 펼쳐지든 1~3단계의 FACT대화법 양상을 유지하며 대화를 마무리지을 수 있어야 한다.
FACT대화방법을 반영한 박팀장과 김주임의 대화를 재구성해보자.
박팀장: 김주임 1주일전에 내가 지시한 구찌 신상 A-11 모델 재고실사 완료 했어요?
김주임: 아니요 그거 오늘 오후에 마무리 지을려고 했습니다.
박팀장: 김주임 재고실사는 내가 주말전까지 마무리지으라고 이야기 한거 기억나요?
김주임: 오늘 오후에 재고실사 마치고 영업팀에 컨펌 메일 써도 시간적 여유 충분할 것 같아서요..
박팀장: 저번에 설명했다시피 내일부터 들어가는 홈쇼핑 특판행사때문에 재고실사는 최소한 행사5일 전까지는 마무리되야 해요. 만약 기간에 여유를 두고 재고실사를 하지 않으면 수량이나 품질 문제발생시 해결이 어려워지고 결과적으로 특판행사에도 큰 지장을 줄 수 있어요. 김주임도 알다시피 이번 홈쇼핑 특판행사는 시즌 전체 매출과 직결되요. 홈쇼핑업체들은 수량이나 품질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재고실사는 더더욱 꼼곰하게 진행되야 돼요. (FACT)
김주임: 네 홈쇼핑 특판행사가 얼마나 중요한지 저도 알고 있습니다.
박팀장: 회사 전체의 매출이 재고실사를 제대로 마무리 못지은 우리 팀때문에 제대로 오르지 않는다면 그 책임은 누가 져야 할까요? 귀책사유가 우리팀에 있다면 모든 책임은 팀장인 내가 져야 해요. 안그래도 신경써야 할 일들이 많은데 김주임을 믿고 일을 맡기지 못한다면 나로서는 참 어려운 상황이에요.
(ACCUSE)
김주임: 죄송합니다.
박팀장: 앞으로는 특판행사를 앞두고 재고실사 할때 적어도 4~5일 정도는 여유있게 맞춰주길 바래요. 그리고 이 업무 뿐만 아니라 다른 업무에서도 어느정도 버퍼를 두고 진행해줬으면 합니다. (CHANGE) 내가 말한 사항들에 대해 김주임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듣고 싶네요. (THINKING)
김주임: 팀장님 말씀이 맞습니다. 제가 너무 타이트하게 일을 처리해왔던것 같아요. 그런데 요즘 업무때문에 조금 힘듭니다. 제게 주어진 업무들이 조금 과한것 같아요. 아시다시피 이직한지 6개월밖에 안되서 인수인계받은 업무파악이 완전하진 않습니다. 업무분장을 조금 조절해주셨으면 합니다.
박팀장: 김주임이 빠듯한 업무때문에 시달릴줄은 몰랐네요. 그렇다면 이번 행사 끝나고 다음주 주간회의때 다시한번 검토해봅시다.
앞의 대화내용과는 완전히 다른 양상을 보인다. 박팀장은 자신이 갖고 있는 애로사항에 대해서 논리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했고 김주임 또한 그러한 애로사항이 모두 객관적인 사실에 기반한 것이기에 감정의 잣대로 박팀장에게 반응하지 않았다. 즉 상사가 나를 감정적으로 미워서 타박하는게 아니라는 확신이 든 것이다.
또한 서로간의 이성적인 대화의 창이 유지된 상태에서 각자의 의견을 주고받으니 대화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었다. 이성적인 대화의 흐름이 이어진다는 것은 서로를 이어주는 외나무 다리가 흔들리지 않는 다는 것이다. 그만큼 양질의 대화를 효율적으로 나눌 수 있고 서로의 입장에 대한 정서적인 공감도 보다 쉽게 이루어낼 수 있다.
마무리하며
어떤 조직이든 갈등은 피할 수 없다. 그러한 갈등을 원활하게 해결하며 협력을 이끌어내고 결과적으로 성과를 창출하는 것이 조직과 구성원의 존재이유다. 대화의 상대방은 부하직원, 상사, 동기 내지 외부업체관계자일 수도 있다. 언제 어떻게 마주하게 될지 모르는 갈등관계, 특히 나의 주장을 강력하게 어필하고 화내야 할때를 대비해서 평소 틈틈히 FACT대화방법을 연습해보길 바란다. 녹화를 병행하길 추천한다.